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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일본 초엔저 40년 만의 기록, 엔화는 왜 계속 추락할까? [일본 초엔저 현상 ①]

by nil-admirari 2026. 10. 11.


지금 일본의 엔화 가치는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일본 정부가 4월부터 한 달 동안 '11조 7,300억 엔'을 투입하고, 이어서 6월에는 기준 금리를 '1%'로 올렸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일본 은행이 환율과 물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신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옆나라의 경제 상황까지 신경을 쓸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연결고리가 많아서 경제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최대한 줄여서 써도 내용이 워낙 많아서, 1편에는 초엔저의 원인과 현황을, 2편에서는 구조적 문제인 좀비기업을, 3편에서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1. 일본 초엔저 40년 만의 기록, 엔화는 왜 계속 추락할까?

"엔화가 이렇게까지 약해질 줄 누가 예상했을까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엔화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습니다.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투자자들은 달러와 함께 엔화를 찾았고,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경제 국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엔화 가치는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일본 정부는 수십조 엔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으며 일본은행도 장기간 유지하던 초저금리 정책을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엔저는 쉽게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아래에서는 일본 초엔저의 현재 상황과 원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달러/엔 그래프 @AI생성
달러/엔 그래프 @AI생성

 

2. 일본의 초엔저, 얼마나 심각한가?

2022년 이후 엔화 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미국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한때 1달러당 160엔 안팎까지 상승하며 1980년대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실시했습니다.

시장에서는 2024년 봄 정부가 여러 차례 개입하면서 누적 9조~10조 엔이 넘는 규모의 달러 매도·엔화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으며, 재무성의 대규모 개입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방향 자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외환시장에서는 단기간 개입보다 국가 간 금리 차이가 훨씬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의 약 12조 엔 투입도 결국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3. 일본은행도 금리를 올렸는데 왜 엔저가 계속될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의문을 갖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환율도 안정되는 것 아닌가?"

 

원칙적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2024년 일본은행은 17년 동안 유지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고, 이후 기준금리를 소폭 인상했습니다.

 

문제는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여전히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 기준금리가 4~5% 수준인데 일본은 0%대 또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미국 자산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 결과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현상이 계속됩니다.

이러한 자금 이동이 바로 엔저를 만드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엔-달러 금리 차이 @AI생성
엔-달러 금리 차이 @AI생성

 

4. 엔저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많은 기사에서는 단순히 "미국 금리가 높아서"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원인은 훨씬 복합적입니다.

 

①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
가장 큰 이유입니다.

세계 금융시장은 높은 수익률을 찾아 움직입니다.

일본보다 미국 금리가 훨씬 높으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달러 자산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금리차에 따른 자본 이동이라고 설명합니다.

 

② 일본의 장기 초저금리 정책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거의 30년 동안 저금리를 유지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일본은행은 금리를 계속 낮추고, 국채를 대량 매입하며, 시중에 돈을 공급했습니다.

덕분에 금융시장은 안정됐지만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룰 '좀비기업' 문제와 깊이 연결됩니다.)

 

③ 무역수지 구조의 변화
과거 일본은 대표적인 수출 강국이었습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수출하면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고, 이는 엔화 강세를 떠받치는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일본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 비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여기에 반도체와 디지털 산업 경쟁력이 예전만 못해지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시기까지 겹쳤습니다.

수출보다 수입 부담이 커질수록 엔화를 팔아 달러를 사야 하는 수요도 증가하게 됩니다.
​

④ 아베노믹스가 남긴 구조적 영향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2년 시작된 아베노믹스는 '대규모 금융 완화, 재정지출 확대,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내세웠습니다.

초기에는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융완화는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됐습니다.

시장에는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됐지만 임금 상승과 생산성 향상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 경제는 초저금리에 의존하는 구조가 굳어졌고, 금리를 급격히 올리기 어려운 체질이 형성되었습니다.

현재의 초엔저 역시 이러한 구조적 배경 위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5. 이번 엔저는 1990년대와 무엇이 다를까?

과거에도 엔저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엔저는 성격이 크게 다릅니다.

  • 1990년대 일본은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였으며,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었고, 노동생산성이 상대적 우위를 점했으며, 세계 최대 채권국이었습니다.
  • 현재 상황은 제조업 경쟁력이 일부 약화되었고, 무역수지의 변동성은 확대되었으며, 생산성은 정체되었고,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즉, 과거에는 엔저가 곧바로 수출 증가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 구조와 인구 구조가 크게 달라져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정리하면,

현재 일본의 초엔저는 단순히 환율이 떨어진 현상이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미국과의 금리 차 ▲30년 넘게 이어진 초저금리 ▲아베노믹스의 구조적 영향 ▲무역수지 변화 ▲산업 경쟁력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일본 기업들이 어떻게 변화했느냐입니다.

특히 장기간 저금리 속에서 살아남은 '좀비기업(Zombie Firms)'은 일본 경제의 생산성과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다음 2편에서는 일본 경제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꼽히는 좀비기업의 실체와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선진국 평균보다 낮아진 이유, 그리고 관광 호황의 이면까지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